변호사 업계도 일반 스타트업처럼 초반 자리잡기가 쉽지 않으므로, 처음에는 몸집을 가볍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개업시 고려할 수 있는 옵션들을 한 번 생각해 보기로 한다.
물론 개인법률사무소로 개업해서 그냥 사무실 임대하고 간판 걸고 영업하는 것이 제일 속 편하고 간단하겠지만, 들어가는 비용도 상당할 뿐더러 초반의 여러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므로 다른 대안을 생각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전관 아닌 개업 변호사들이 많이 써오던 방법으로, 기존의 법무법인에 별산으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우선 법무법인이라는 타이틀과 큰 사무실이라는 외관을 의뢰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고, 혼자 개업하면 초반에 써야 하는 각종 인테리어 비용 등을 쓸 필요 없이 몸만 들어가면 된다는 아주 큰 장점이 있다. 직원을 뽑지 않고 비용을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사무실 위치, 방 크기, 직원 비용공유 여부 등에 따라 대략적으로 월 150~200만원 선에서 시세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단점이라면 구성원 등기를 할 경우에 다른 구성원 변호사님이 사고를 치게 되면 거기에 대해 연대하여 무한책임을 진다는 것과(법무법인에는 상법상 합명회사에 관한 규정이 준용됨(변호사법 제58조)), 소속 변호사로 들어가면 일을 할 때 다른 구성원 변호사가 이름을 올려주어야 하므로 또 여러가지 책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변호사법 제50조 제1항, 법무법인은 법인 명의로 업무를 수행하며 그 업무를 담당할 변호사를 지정하여야 한다. 다만,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에 대하여는 구성원과 공동으로 지정하여야 한다). 어쨌거나 현재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법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소호 사무실은 기본적인 인테리어와 복사기, 가구 등 사무집기를 갖춰 놓고 컴퓨터와 몸만 들어가면 될 수 있도록 한 초기 1인기업이나 스타트업 들이 초반 비용을 줄이면서 사업을 키우기 위한 사무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변호사만을 대상으로 하는 곳은 우선 HJBC 법조타운이 있는 것 같다(http://www.hjbclaw.com/). 선릉역과 포스코사거리 사이에 있는데, 비상주 사무실도 제공하고, 방 하나짜리 서비스도 제공하는데 우편송달이나 비서업무도 담당하여 주기 때문에 꽤 매력이 있는 곳인 것 같다. 다만 비용은 상당한데, 2017년 1월 기준으로 방 하나를 쓰는데 190만원을 받고 있고, 직원 공간까지 포함하면 월 300만원이니 상당한 비용이다. 서비스의 내용은 상당히 만족스럽지만, 가격의 부담이 있다.
- 일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곳은 기존부터 오랜 기간 영업을 해 오던 르호봇(http://www.ibusiness.co.kr/)이 있지만, 2016년 8월 문을 연 위워크(www.wework.com), 그 전부터 영업을 하고 있던 패스트파이브(http://www.fastfive.co.kr/), 현대카드에서 최근에 오픈한 스튜디오 블랙(https://studioblack.hyundaicard.com) 정도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위워크는 전세계에 사무실이 있고 스타트업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들 오피스는 보통 고시원 느낌이 나는 소호사무실과 다르게 분위기가 침울하거나 하지 않고 상당히 활기차다. 다만 가격이 매우 비싼데, 참고로 위워크 강남점의 가격은 아래와 같다(2017. 1. 12. 기준).
데스크는 대학도서관식 오픈된 공간에서 작업하는 것을 생각하면 되고, 결국 프라이빗 오피스를 선택해야 하는데 1인 오피스의 경우 가격이 괜찮은 것 같지만(출력, 스캔, 우편수발 등 각종 서비스 포함이니) 사무실이 너무 작다. 사람 하나 누울 수 있을 정도의 공간에 조그만 책상(큰 책상도 아님)하나 들어가면 끝인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싱글 침대 정도 사이즈인 듯 하다). 최소한 2인 오피스는 써야 할 것 같은데(이것도 역시 너무나 작다) 그러면 120만원이므로 별산 개업에 비해 장점이 뭔가를 고민하게 된다. 물론 건물에 다른 스타트업이 많이 입주하여 있기 때문에 이들을 클라이언트로 보고 영업을 하는 것은 괜찮은 전략일 수 있겠지만, 비용상의 이점은 (그 작은 방을 고려할 때) 별로 없어 보인다.
그 외에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사무실 전대차이다. 서울회 게시판에 가보면 전대차를 구하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데, 나름 괜찮은 사이즈의 방이 월 100~150만 정도에 나오는 것 같다. 기존의 법무법인이나 법률사무소 내에 방 하나만 빌린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책상, 책장 등이 구비되어 있고, 기타 복사기, 인터넷 등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으므로 꽤 괜찮은 선택지이다. 사업자등록을 따로 내고 공간만 임차하는 것이다. 일본의 노키벤과 비슷한 개념인데(일본에서는 남의 집 처마 밑을 빌린다는 '노키벤'(軒弁)으로 불려짐) 꼭 일본에서의 개념처럼 비하의 개념으로 쓸 필요는 없는 것 같고 내 생각에는 합리적인 선택인 것 같다. 다만 전대차의 경우 사업자등록시에 건물주의 동의서를 요구하는데, 건물주 동의서를 받아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보통 전대차를 주시는 변호사님들이 건물주의 동의 하에 하시는 것 같지는 않고 세무사를 통해 나름의 방법(?)을 쓰시는 것 같다(정확한 것은 알지 못함).
위에서 언급한 것 외에 주소지를 집에다 두고 일본의 타쿠벤(宅弁; 집을 사무실로 쓴다는 뜻)처럼 개업을 하고, 커피숍 등에서 의뢰인을 만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은 한 것 같다. 다만 자가가 아닌 경우에 사업자등록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앞으로는 집에서 개업을 하는 변호사님들도 점점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변호사 시장의 변화로 인하여 다양한 임대차 방법이 생겨날 수밖에 없고 일본의 전례를 살펴보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