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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에게 개업이란 항상 머릿속에 맴도는 것이다.
로펌에서 어쏘로 일하면서, 또는 사내변으로 있으면서, 또는 연수원에 있으면서, 또는 변시 합격 후 변협 연수를 받으면서, 툭 하면 드는 생각이 개업할까 하는 생각일 것이고 나도 로펌에서 어쏘로 일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개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니 점점 커져 어느새 실행에 옮기게 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었다. 앞으로 사내변호사나 또는 변호사와 관계가 없는 일을 할 것이 아니라면, 변호사에게 개업이란 결국 도착할 수 밖에 없는 종착역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미리 대비해야 하고, 이는 대형펌에서 나중에 파트너를 할 계획이 있는 변호사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망가지고 계속 더 망가지고 있는 개업변호사 시장
2004년에 6,300명이던 개업변호사 수가, 8년 만인 2012년에 약 2배인 12,000명을 돌파하더니 그로부터 4년 후인 2016년에는 약 3배인 18,000명에 이르고 있다. 그 당연한 결과로, 개업변호사의 월 평균 수임건수는(서울변회 기준) 2011년 2.83건, 2012년 2.33건, 2013년 2.00건, 2014년 1.97건, 2015년 1.99건에 이어 2016년 상반기에는 무려 1.69건까지 내려갔다. 이는 중간값도 아닌 '평균' 월 수임건수이니, 최상위권 변호사들이 수임을 독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진짜 평균 변호사들은 한 달에 한 건도 수임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그래프가 말해주는 사실은 명백하다. 옛날처럼 으리으리하게 인테리어 하고 직원 여러 명에 신문에 개업광고 하고 화려한 개업식 하고 이런 시절은 이제 끝났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이렇게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평범한 변호사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저렇게 화려하게 개업하는 변호사는 거의 없고, 처음에는 직원 없이 혼자 쓰는 조그마한 사무실을 얻거나 별산으로 개업하는 것이 보통이고 소호 사무실에서 개업하는 일도 많다. 한국의 위워크(WeWork)를 표방하는 국내 스타트업 대상 소호사무실 업체인 패스트파이브 지점 중 하나를 방문할 일이 있어 담당자에게 물어 보았는데, 이미 거기에도 변호사님들이 몇 분 계신다고 하였다. 이제는 초반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직원 없이 개업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무실도 별도의 사무실이 아닌 소호사무실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의뢰인이 있나?
개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의뢰인의 존재이다. 대부분의 흙수저 변호사들은 일을 줄 만한 의뢰인이 주변에 없다. 그나마 어쏘 생활을 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잠재 의뢰인들이 있을 수 있지만, 이들이 잠재 의뢰인이라는 것은 머릿속의 착각일 확률이 많다. 술자리에서 말로는 개업하면 변호사님한테 일 줄께요 하지만 막상 개업하면 온갖 핑계를 대며 아무도 일을 주지 않는 현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어쨌든 어쏘 변호사로서는 (대표님에겐 미안하지만) 기존의 펌에서 의뢰인을 여러 명 데리고 나오는 것이 제일 이상적이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지속적으로 일을 줄 수 있는 한 명(또는 한 회사)은 의뢰인으로 데리고 나와 개업하는 것이 속이 편할 것이다. 개업하고 빈 사무실에서 손가락 빨고 있으면 너무 슬플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한 명의 의뢰인도 없는 우리 대부분 변호사들은 어떻게 의뢰인을 찾을 것이냐. 이것이 정말 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또 답은 없는 문제이다.
이제 간판 달고 문 열어 놓으면 의뢰인이 순순히 걸어 들어오는 세상은 끝났다. 요즘 변호사들은 클릭 한 번에 몇 만원짜리 네이버 키워드 광고를 해도 고객이 찾아올까 말까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사실상 일반 자영업자(식당 주인 등)나 스타트업을 모델로 삼아 비즈니스 전략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 맞고, 아직도 사무장 두고 한가하게 돈 버는 세상을 생각하고 있다면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일반 자영업자나 스타트업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것은, 이제 변호사들도 자신만의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것이 없으면 이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
비즈니스 모델이란 건 내가 개업을 했을 때 어떤 컨셉으로 어떤 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할 것인가, 즉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냥 뭐 들어오는 소송 좀 하지 뭐 하고 아무런 비즈니스 모델 없이 간판만 걸면 됐다면, 이제는 비즈니스 모델을 '인천 지역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혼 전문 변호사', '성추행/성폭행 범죄 피의자를 전문으로 하는 형사 전문 변호사', '스타트업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 정도로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앞으로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점은 이것이 '가설'이기 때문에 과연 그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실제로 시장에서 먹힐 것인가 하는 것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예전에는 비즈니스 모델이 단순히 '법률서비스 제공'이었고, 세상에 법률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훨씬 넘어 존재한다는 것이 너무도 명백했기 때문에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다'와 같은 애매모호한 비즈니스 모델도 아무런 검증이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예를 들어, '성추행 피의자 전문 변호사를 하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야'라는 비즈니스 모델은 말 그대로 정말 '가설'이어서 이를 검증해 보지 않으면 그 비즈니스 모델에 시장에서 통할지 여부를 전혀 알 수 없다.
따라서, 개업 전에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야 하고, 개업 전 또는 개업 직후에 그 생각한 비즈니스 모델이 맞는지를 실제로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써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