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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포스팅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제 변호사 간판만 걸어 놓으면 영업이 되던 시기는 옛날에 끝났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어떤 고객을 상대로 어떤 영업을 할 것인지 비즈니스 모델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과 검증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
비즈니스 모델이란, 일종의 가설이다. 가설은 이미 검증된 것도 있고 검증되지 않은 것도 있는데, 이미 검증된 가설(즉, 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것이 알려진 것)은 돈 되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떡볶이를 좋아할 것이다"는 검증된 가설이어서 경쟁이 매우 치열하므로 단순히 떡볶이를 판매하면 가격, 매장 위치 등으로 승부해야 그나마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운 떡볶이를 좋아할 것이다"는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므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대신 리스크(즉,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경우)가 크고 성공시 보상이 크다("엽기떡볶이"의 사례).
그러면 변호사 시장은 어떤가. "사람들은 법률서비스를 필요로 할 것이다"는 이미 검증된 가설인데(사람들이 법률서비스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던 것은 법률시장이 자격증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경쟁이 일어날래야 일어날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서히 자격증 비즈니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사람들은 법률서비스를 필요로 할 것이다"라는 검증된 가설로 시장에 나가서는 일반적인 떡볶이를 파는 분식점과 마찬가지로 변호사 선임비를 후려치거나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 이상의, 엽기떡볶이의 사례처럼 "사람들은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운 떡볶이를 좋아할 것이다"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방법
먹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고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그 모델이 보인다면 그 비즈니스 모델은 당연히 많은 변호사들이 이미 시도해 보았거나 시도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미 되는 건지 안되는 건지 검증이 끝난 비즈니스 모델일 것이다. 개업을 하려는 변호사로서, 찾아야 할 것은 아직 다른 변호사들이 발견하지 못했으나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엽기떡볶이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변호사에게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란 다양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 지역은 경기가 안좋아 개인회생 사건이 많은데 그만큼 변호사가 없어 잘 될 것이다", "개인들은 소장 작성을 법무사에게 맡기거나 혼자 하는 경우가 많은데 변호사가 소장 작성을 대신해 주고 비용을 싸게 하면 좋아할 것이다", "개인들은 딱딱한 변호사 사무실을 싫어하므로 카페와 같이 인테리어를 하고 밀착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아할 것이다", "전화법률상담이 흔치 않은데 전화는 아무 곳에서나 상담이 가능하므로 좋아할 것이다", "이제 알음알음 소개로 변호사 찾는 시대는 끝났으므로 인터넷 블로그를 많이 쓰면 좋아할 것이다", "OO 분야는 앞으로 많이 성장할 것인데 지금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없으므로 내가 하면 나중에 고객들이 몰릴 것이다" 등 생각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아주 다양하다.
그런데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할 때 주의할 점은, 변호사들끼리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중에는 되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잠깐 생각해서 금방 떠오를 정도의 비즈니스 모델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모델이므로 이미 시장이 형성되어 많은 경쟁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경우가 가장 많고(보통 "아까 점심 먹을 때 얘기했던 그거 찾아보니까 이미 많더라구요"하는 경우가 된다) 그게 아닌 경우는 시장 자체가 없는 경우(즉, 안되는 비즈니스)가 대부분이다. 좋은 아이디어일수록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통 (i) 쉽게 눈에 띄지 않고, (ii) 처음 들었을 때 갸우뚱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예로 든 엽기떡볶이 같은 경우에도, "극히 매운 떡볶이"라는 아이디어는 별 것 아니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비즈니스 모델"처럼 안생겼기 때문에 은근히 비즈니스 아이디어로 사람들이 생각하기 어렵고, 또 처음 들었을 때 누구나 "그게 되겠어? 그렇게 매운 떡볶이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 하고 생각하게 된다.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때에 사람들이 가장 실수하기 쉬운 것은,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환상의 비즈니스 모델을 택하는 것이다. 그것이 환상의 비즈니스 모델인 이유는, 그 비즈니스 모델의 착상이 머릿속에서 이루어졌고 실제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겉보기에는 또 언뜻 듣기에는 엄청 잘 될 것 같지만, 막상 실행하여 보면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은 실제 돌아가는 현실에서 시작해야 하고 결코 머릿속에서 시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엽기떡볶이의 창업 스토리를 알지는 못하지만, 아마도 떡볶이를 팔다 보니 사람들이 희한하게 엄청나게 매운 맛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됐고 그걸 팔다 보니 엽기떡볶이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즉, 떡볶이 장사를 하다가 그냥 머릿속에서 "아 엄청나게 매운 떡볶이가 잘 팔릴거야"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장사를 하는 와중에 손님들의 반응에서 "아 엄청나게 매운 떡볶이가 희한하게 잘 팔리네"하고 시작해야 그 잘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되는 비즈니스 모델은 그 것이 현실에 두 발을 디디고 있고, 들었을 때 결코 화려하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지리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보석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
위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좋은 비즈니스 모델은 현실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 의미는 지금 하는 일이 로펌 변호사이든 사내변이든 개업변이든 무엇이든 간에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단서를 찾는 것이 제일 좋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보통 개업을 할 때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싫고 그래서 도망치듯 개업하는 경우가 많고 그런 경우 현실에 바탕을 두지 않은 앞서 이야기 한 환상의 비즈니스로 개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또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개업),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싫더라도 지금 하는 일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좋은 비즈니스 모델일수록 눈에 잘 띄지 않고 숨어 있는 것이 특징이므로 매일매일 일을 하면서 계속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지금 내 고객은 우리 사무실과 일할 때 뭐가 불편하고 뭐가 불만인가?", "우리 사무실은 A 분야를 전문으로 표방하고 있는데, 왜 자꾸 광고도 안 하는 B분야의 일이 계속 들어올까?", "우리 사무실의 A라는 일은 정말 단순한 일이고 변호사가 개입하지도 않는 일인데 너무 비싸게 받네. 저걸 내가 하면 훨씬 저렴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등등 잘 되는 보석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지리한 일상의 업무 속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무작정 개업하기 전에 지리한 일상을 찬찬히 들여다 보자. 거기에 보석이 숨어 있다.
다음 편에는 생각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방법을 한 번 알아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