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별다른 고객 베이스 없이 개업을 하게 되면 무료법률상담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일단 무료로라도 법률상담을 해 주면 그 중에 몇 건이라도 수임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하는 것인데, 일단 추천하고 싶지 않다. 


무료법률상담이 안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무료법률상담을 오래 해 본 경험으로는 아래와 같은 점들이 매우 별로였다.


  • 고마워하지 않음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무료법률상담을 오랜 기간 하였는데, 개업에 생각이 별로 없던 시절에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하게 된 것이었는데 한창 하다보니 왜 내 질문에 답을 하지 않느냐, 인터넷 서치 한두번이면 알 수 있는 것에 대해 다짜고짜 이건 뭐냐, 또는 간단히 답할 수 없는 질문이라서 답을 애매하게 하면 왜 답을 똑바로 못하느냐 하는 등의 예의 없는 경우를 몇 번 겪다 보면 아 이거 내가 왜 하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세상에는 무개념인 사람들이 많다.

  • 책임 소재 - "너 말대로 했더니 일이 꼬였어"
법률 상담에는 책임이 따르는데, 인터넷 질문이라는 것이 작성자가 단편적인 사실을 자기의 시각대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구성해서 쓰기 때문에 그것만 가지고 무언가 코멘트를 하는 것이 상당히 위험한 측면이 있다. 실제 그 질문자가 나의 코멘트를 토대로 뭔가 일을 진행했다가 잘못되면 나에게 찾아와 "너 때문에 일이 꼬였다"는 식으로 항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것도 상당히 유의해야 할 점이다.

  • 부실한 상담 
법률상담은 제대로 해 주어서 질문자가 그 상담을 토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하는데, 무료기 때문에 깊은 고민 없이 한정된 사실관계를 가지고 답을 하게 되어 상담 내용이 부실하게 된다. 이는 또 위에서 적은 책임 문제와 연결되게 된다.


  • 수임으로 연결되지 않음 - 단물만 빼먹는 경우
무료법률상담을 많이 하는 주변 변호사님들 말씀을 들어 보면, 무료로 상담을 해 주면 의견만 듣고 결국 수임은 딴 데 가서 한다고 하며 유료로 상담을 하면 더 수임으로 연결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으면 그 서비스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게 되는 심리, 또 이미 들어간 돈을 아까워하는 심리 등이 작용하는 것 같다. 내 경험에 의하더라도, 무료법률상담이 실제 사건 수임으로 연결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사건을 수임하려고 심리적으로 준비되어 있는 사람들은 이메일 한 두 번에 금방 수임하고 절대로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질질 끌지 않는다. 사건을 수임할 듯 하면서 이메일로 수십가지 질문을 하고 단물만 빼먹는 경우를 수도 없이 당해 보았다. 


요즘은 무료 법률상담을 하지 않는다는 점과 싸게 수임을 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처음에 써 놓고, 이 원칙을 지키려고 하고 있다. 다만, 무료법률상담이 도움이 되는 부분은 있었다.

  • 수임에의 연결
무료상담 자체가 수임으로 연결된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온라인의 경우 무료법률상담을 했던 기록들이 남으면서 나중에 이걸 보고 연락이 오는 경우가 꽤 있었고 실제로 수임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홍보에는 조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 재미, 의미
무료법률상담을 통해 재미를 느끼거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당연히 무료법률상담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만, 이 경우에는 장소를 빌리거나 1:1 대면상담 등으로 제대로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 큰 건으로의 연결
상담을 하다 보면 상담 내용은 A인데 그 배후에 B라는 훨씬 더 큰 분쟁이 도사리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무료상담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 잠재 고객이 수임을 하려는 진지한 의사가 있는 경우라면, 초반에 무료로 또는 수임료 이상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고 어떤 면으로는 고객도 미안한 마음이 들게 되어 나중에 큰 건인 B를 수임할 수 있게 된다. 


어쨌거나 기본적으로 무료법률상담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고, 나는 내가 제공하는 법률서비스가 받는 돈 만큼의 가치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익적 측면이 있거나 친한 사람이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면 무료법률상담은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