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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제는 "맨땅에 헤딩하는 개업"이다. 맨땅에 헤딩하는 개업이 뭐냐 하면, 금수저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어서 나한테 일을 줄 고객이 마땅히 없는 상태에서 하는 개업이다. 맨땅에 해딩하는 개업이 두려운 이유는 당연히 "아 내가 변호사 개업을 하면 잘 될까? 망하지나 않을까?"하는 자연발생적 의문에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맨땅에 헤딩하는 개업을 하면 왜 불안할까, 그 이유는 너무도 당연하다. 고객이 누군지 모르기 때문이다. 고객이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영업을 해야할지 모르고 어디다 광고를 해야할지 모르고 무엇을 잘해야 하는지를 모른다. 이 글은 이렇게 대책 없이 개업한, 또는 대책 없이 개업하려고 하는 변호사님들을 위해 씌여졌다.


아직 개업 전인데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맨땅에 헤딩하는 개업을 하려고 한다면?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고객이 누군지 찾아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어렵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 찾기'와 '비즈니스 모델 테스트' 포스팅에 썼던 것처럼,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과 그 모델이 통하는 것인지 테스트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품도 많이 드는 과정이다. 이 준비를 어느 정도 해놓고 개업하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는 나의 고객이 누구인지 나도 모르기 때문에, 고객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고객을 찾아가는 것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머릿속으로 생각하면 잠재 고객이 떠오를 수도 있는데, 이런 고객들은 대부분 가짜고객, 즉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고객이다. 예를 들면, 내가 노동자들의 권익에 관심이 있어서 법을 시작했고, 변호사를 하면서 노동법 사건도 몇 처리해 보았고 노동법 공부도 지속적으로 해 왔으니, 내가 개업을 한다면 잠재 고객은 부당해고를 당하거나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근로자겠지,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김모모', '(주)모모' 이렇게 고객의 이름 석자를 댈 수 없다면 본인의 머릿속에 있는 그 고객은 고객이 아니다. 위의 근로자가 대표적인 가상의 고객으로, 머릿속에만 존재하고 막상 개업해서 시장에 나와 찾아보면 전혀 찾아지지 않는 고객이다. 


따라서 개업 전 월급을 받으면서 해야 할 것은, 누군가 고객이 누군지 물어보면 그 사람의 이름을 댈 수 있을 때까지 나의 고객을 찾는 것이다. 블로그도 좋고, 카페도 좋고, 페이스북도 좋고, 오프라인 활동도 좋고 여러가지 활동을 하다 보면 법률문제로 상담도 받게 되고 실제로 일을 맡기려는 사람도 나타나게 될텐데, 불법이 되지 않는 선에서 돈을 받고 일을 한번 해보는 것이 좋다. 소속변 등 소송을 직접 수행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서면만 대신 작성해줘도 되고 계약서를 리뷰해 줘도 되고 얼마든지 돈을 받으면서 일할 수 있다. 나한테 돈을 주는 고객이 진짜 고객이다. 


이런 식으로 고객을 찾고, 실제로 이름을 댈 수 있는 고객이 늘어나고 자꾸 일이 들어와서 월급을 받는 본업과 병행이 힘들어질 때, 그 때 개업을 하면 망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고, 또 아주 잘 될 가능성도 커진다. 왜냐하면 내 비즈니스의 씨앗이 되는 잠재 고객을 찾은 후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현금 흐름이 보장이 되고 그 씨앗이 되는 고객들로부터 고객 베이스를 키워나갈 수 있다. 그런데 그 고객을 찾는 과정을 개업한 후에 시작하게 되면, 그만큼 손가락을 빠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고 멘탈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멘탈은 수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개업한 후인데 내 개업이 맨땅에 헤딩하는 개업이라면?


내 고객이 어디 있는지 누구인지 빨리 찾아야 한다. 일단 내가 관심이 있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해서(이런 분야도 없다면 개업하지 말고 어쏘 생활을 더 하자) 그 분야를 중심으로 할 수 있는 온갖 활동을 해야한다. 블로그를 쓰고, 관련 카페에 가입해서 댓글을 달고,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는 등등 활동을 하고, 광고도 내 광고가 먹히는 고객이 어디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네이버 광고(이것도 키워드, 파워링크, 콘텐츠광고 등 다양하게), 페이스북 광고, 인스타그램 광고, 신문 광고, 지하철 포스터 광고, 전단지 등 다양하게 해서 어느 광고를 통해 고객 유입이 잘 되는지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또 술자리에도 나가 보고, 각종 모임, 동창회, 지인, 친구 등등 오프라인도 모든 경로를 시도해보고 제일 사건 유입이 잘 이루어지는 채널을 알아내야 한다.


이렇게 자신의 고객이 어디 있는지 찾고, 어떤 방법이 수임에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선배 변호사들에게 수임의 팁을 물어보면 대부분 모임을 잘 찾아다니라던가, 술을 많이 마시라던가 등등 여러가지 충고를 듣게 되는데, 변호사들마다 고객이 다르고 사건이 다르기 때문에 수임의 경로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런 조언들은 참고만 하고, 나의 고객은 수임의 루트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따라해서는 답이 없고 본인이 직접 찾아야만 한다.


이런 활동을 하다보면, 처음에 생각했던 분야가 아니라 생각지도 못했던 이상한 분야에서 일이 많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기존에 본인이 생각했던 일을 하기 보다는, 들어오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물론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또 그 생각지도 못하게 일이 막 들어오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이건 시장(market)이 나를 부르고 있는 케이스이므로, 시장의 부름에 몸을 맡겨야 한다. 


현재 각 분야에서 대가로 칭송받는 유명 변호사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대부분이 어쩌다가 그 일을 맡게 되었는데 그냥 그 일을 계속하다 보니 최고의 전문가가 된 경우가 많다. 시장의 부름에 몸을 맡기고 일을 열심히 하면, 자연스럽게 일이 굴러들어오게 되고 전문가가 된다.


똘똘하게 일할 것


마지막으로, 금수저가 아닌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개업이라면, 결국 똘똘하게 일을 해야만 한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사무실 간판만 달아놓으면, 이도저도 안되고 사무실 문을 닫아야 한다. 변호사로서의 되도 않는 쓸데없는 자존심은 버리고, 고객에게 집중하자. 


고객이 없으면 고객을 찾는 것이 첫번째이고, 고객을 찾게 되면 그 고객에 집중하고, 혹시 생각지도 못한 일이 들어온다면 그 분야를 키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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