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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이 어려운 세상에 변호사가 자기만의 전문 분야를 갖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어느 변호사님들이나 모두 아실 것이므로, 이번 포스팅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개업하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변호사님들를 위한 포스팅이고,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허덕대고 계시는 많은 변호사님들께서도 충분히 참고하실 수 있을 것 같다.


개업을 하고 몇 년 지나 자리를 잡게 되면 고정 의뢰인도 있게 되고 소개로 들어오는 사건들도 계속 있게 되고 직원들도 업무에 익숙해지고 하면서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자리 잡았다'하는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관련 사건만 집중적으로 처리하는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가상의 변호사님을 예로 들면, 교통사고 사건을 처리할 때는 변호사든 직원이든 업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변호사로서는 각종 절차나 관련 법률 판례 리서치 업계 동향 등을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되고 직원 입장에서도 업무를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어서 품이 적게 들고 사건당 마진이 높게 된다. 따라서 광고나 각종 홍보활동도 교통사고 사건 중심으로 하게 되고 사무실 매출도 상당 부분 교통사고 관련에서 나오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우, 갑자기 다른 분야(예를 들면, 건설 관련 분쟁이라든가 교회 분쟁이라든가) 사건들이 가끔씩 들어올 때가 있을 것인데, 이 때 그 사건들을 처리하려면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품도 많이 들기 때문에 귀찮아하면서 대충대충 처리하거나 사건을 그냥 어쏘에게 맡긴다거나 꾸역꾸역 진행만 시키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귀찮은 사건들 중에 나중에 크게 될 보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변호사 시장은 거의 모든 생각할 수 있는 분야에 변호사가 다 들어가 있다. 법률 관련 모든 키워드를 네이버에서 쳐보면 변호사/로펌 광고가 없는 키워드가 하나도 없다. 즉, 모든 분야에서 세부 분야까지 촘촘히 변호사가 들어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교통사고 전문 로펌을 표방하고 있는 나에게 왜 종중 사건이 왔을까, 하는 부분에 대하여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건 문의를 넘어 실제 사건을 맡기고자 하는 의뢰인이 있을 때 왜 그 의뢰인이 나한테까지 왔을까?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중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바로 수요가 넘쳐서 나한테까지 흘러들어온 경우가 있다. 사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교통사고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데 갑자기 종중 사건이 오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고, 다만 인접 분야 사건들이 많이 오게 된다. 바로 아래 그림과 같이, 인접 분야가 있는데 거기서 수요가 많아지는 바람에 기존에 그 분야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님들이 사건들을 다 처리하지 못해서 나한테까지 흘러들어오는 경우이다.



물론, 인접분야에서 수요가 많아져서 나한테 흘러들어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게 모두 나중에 매출을 크게 일으킬 수 있는 씨앗이 되는 보석과 같은 사건인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 사건들은 아무래도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던 변호사님들이 더 잘 처리할 것이기 때문이고 내가 그 일을 잘 처리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리소스를 투입해야 하는 것이므로 그 사건의 잠재력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보석이 되는 사건은 아래 그림과 같이 그 사건이 앞으로 분쟁이 엄청나게 많아질 분야의 일부분 또는 씨앗이 될 것이어서 앞으로 시장이 엄청나게 커질 것이 예상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90년대로 치면 회사법 전문으로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M&A 건들이 들어온다거나 2000년대로 치면 일반 행정소송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데 공정거래 건들이 자꾸 들어온다거나 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이런 사건들은 처음 들어올 때는 (일이 많은) 변호사의 입장에서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상당히 귀찮은 사건들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이런 사건들을 눈여겨 보지 않고 공부와 집중을 하지 않게 되면 결국 이를 먼저 알아채고 발빠르게 움직이는 다른 변호사님들에게 사건을 뺏기게 된다.


결국, 이미 자리를 잡고 계신 변호사님들이라면 아마 이제 사무실 일도 손을 좀 놓고 어쏘에게 맡기고선 영업 등을 빌미로 주중에 골프를 치러 다니거나 저녁에 술마시고 놀고 싶어지게 될 것이지만, 이렇게 자리를 잡은 변호사님들일수록 기존에 자신이 하던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의 사건들이 들어왔을 때 오히려 더 집중해서 그 사건이 왜 나한테까지 왔을까 또 그 분쟁이 어떤 커다란 미래의 잠재 수요의 씨앗이 되는 사건은 아닐까 하는 점들을 면밀하게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나의 사무소가 오래 살아남고 더 커질 수 있고, 로펌의 성장에 관심이 없으신 변호사님이라도 이제 변호사 업계도 생존이 화두이기 때문에 지금 사건이 좀 있다고 해서 방심하다가는 발빠르게 움직이는 다른 똘똘한 변호사님들이 시장을 다 채가게 되므로 항상 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귀찮아보이는 사건을 잘 들여다보면 거기에 보석이 숨어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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