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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개업을 할 때 누구나 한 번씩 고민하게 되는 차와 인테리어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 해 볼까 한다.


사업용 차량을 쓸 것인가, 쓴다면 어느 정도 급의 차량을 쓸 것인가, 사무실 인테리어에는 얼마나 돈을 들일 것인가 하는 것은 당연히 개업변호사의 입장에서 고민해 볼 만한 내용일 것이다. 그런데 당연한 소리지만, 의뢰인에게 반감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로 아주 비싼 일부 차들을 제외한다면 BMW나 벤츠 급 또는 그렌저 급 이상 현대차 등을 타는 것이 의뢰인을 만날 때 잘 나가는(듯한) 변호사의 인상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사무실 인테리어 역시 대형펌 급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해 두면 너무도 당연하게 방문하는 의뢰인들이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된다. 


좋은 차와 좋은 인테리어가 의뢰인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므로, 사무소를 개업하고 걱정했던 것보다 영업이 "조금" 잘 되면 처음에 가졌던 헝그리 정신이 어느덧 눈 녹듯이 녹고 영업용 차량(오토리스 등)을 장만하거나 사무실을 더 크고 좋은 곳으로 이전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한 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은, 좋은 차와 인테리어의 목적이다. 좋은 차와 인테리어를 하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의뢰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무소의 매출을 올리기 위함이다. 그러면, 좋은 차와 인테리어를 하는 것이 사무소의 매출에 도움이 되는가를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좋은 차와 인테리어는 당연히 사무소의 매출에 도움이 되지만 좋은 차와 인테리어를 하는 데에는 많은 비용이 소모되므로, 결국은 (i) 좋은 차와 인테리어가 사무소의 매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그리고 (ii) 좋은 차와 인테리어에 비용을 들이는 것이 사무소의 매출을 올리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인가, 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검사장 급 전관출신 변호사라거나 부모가 이런저런 인맥이 많다거나 배우자의 집안이 빵빵하다거나 등 믿는 구석이 없이 맨땅에 헤딩해서 개업한 변호사로서는 시간과 돈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지출의 효율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좋은 차와 인테리어가 사무소의 매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네이버 키워드 광고에 비용을 지출한다면, 그 광고비가 사무소의 매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정확히 측정이 가능하지만(한달에 광고비로 100만원을 지출했는데 그 중 두 건이 수임으로 연결되어 300만원의 매출이 발생한 경우 등), 좋은 차와 인테리어는 그 영향력을 정확히 알 수 없다. 즉, 좋은 차와 인테리어는 매출과의 연결성이 간접적이어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그냥 지레짐작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다들 차 왜 바꾸냐고 하면 "아무래도 의뢰인들 만날 때 보는 눈도 있고..." 식으로 대답하게 된다(누가 네이버 광고를 왜 하냐고 하면 당연히 "아 지난 달에 그거 때문에 몇 건이 수임됐고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대답할 수 있겠지만). 


그리고 당연히 좋은 차나 인테리어가 사무소의 매출을 올리는 데 가장 좋은 방법도 아니다. 매출을 올리는 방법은 인터넷 광고, 외부 강의, 동창회에서 술먹기, 골프나 와인 모임 등 각종 동호회 활동, 책 쓰기 등등 수없이 많은데, 당연히 그 중에 좋은 차나 인테리어가 사무소의 매출 증진에 제1순위의 효과가 있을 리는 만무하다. 


즉, 한정된 시간과 돈을 가진 개업변의 입장에서 좋은 차와 인테리어를 할까 생각할 때는, 자신의 마음 속에 "잘 나가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 혹은 "내가 이렇게 잘 나간다고 하는 자기착각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닌지, 또 그걸 바꾸는 것이 사무소의 매출에 과연 제일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좋은 차로 바꾸고 사무실을 넓은 곳으로 이전한 다음 몇 달 있다가 매출이 거꾸러지면 결국 개업변으로서는 불필요한 비용을 쳐내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 때 여러 비용 중에 제일 먼저 쳐낼 비용이 뭔지를 생각해 보면 답은 뻔한 것이다. 제일 먼저 쳐낼 것 같은 비용일 수록 매출에 도움이 덜 되는 비용이다. 차나 사무실을 좋은 것으로 바꾸는 것은 조금 늦었다 싶을 때 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생각이다.


물론, 자신의 업무 영역이나 고객의 특성에 따라 차나 인테리어가 중요한 경우가 당연히 있을 수 있고, 이 경우에는 차나 인테리어가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또는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더라도 크리티컬한 경우일 것이므로 예외가 되겠다.


차나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개업변으로서는 개업 초반에 무슨 활동을 하든 일 외에 하는 활동은 항상 효율성을 생각해야 한다. 효율성이란 결국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매출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 또 매출에 '가장' 또는 '높은 순위로' 도움이 되는 일인가 하는 것이다.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활동은 그게 무엇이든 자기 만족에 불과하고, 이런 일들은 주말이나 업무 외 시간에 하면 된다(예를 들면, 이렇게 매출에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는 블로그를 쓰는 일 등...).


차나 인테리어는 천천히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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