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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을 개업해서 일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사건 문의가 들어오게 되고, 어떤 문의이든 간에 결국은 마지막에 "수임료는 얼마인가요?"를 잠재의뢰인이 물어보게 되어 있습니다.

 

의뢰하고자 하는 사건이 자주 하는 사건이거나 정형화되어 있는 사건이거나 또는 시장에 이른바 시세가 형성되어 있는 사건의 경우에는 그에 맞춰서 적절히 조절하여 제시하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이 사건은 얼마를 불러야 하는지"가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많이 부르면 의뢰인이 수임을 하지 않을 것 같고, 너무 싸게 부르자니 또 그것도 손해보는 것 같고 애매합니다. 또 '시세'라는 것이 어느 정도 있는 사건의 경우에도, 개업을 막 한 변호사라면 "노느니 싸게라도 수임해서 일을 하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시세가 있는 사건의 경우

시장에 '시세'라는 것이 있는 사건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그 시세를 기반으로 하여 의뢰인의 재력, 사건의 난이도,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 의뢰인의 급박성(?), 변호사 본인의 그 사건에의 전문성, 승소 확률, 해당 사건 수임시 다른 사건이 물려 들어올 것인지, 의뢰인의 진상 여부, 개인적인 관계 등을 고려하여 수임료를 부르면 될 것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사건에 '시세가 있다'고 하는 것은, 그 사건을 많은 변호사들이 하고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므로,  변호사의 전문성 보다는 '가격'에 의하여 수임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단순한 민사소송이라거나, 단순한 고소 대리, 단순한 내용의 내용증명 발송 등과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될 것입니다. 또, 상담을 해 온 잠재 의뢰인은 이미 여러 변호사 사무실에서 상담을 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에 이미 '시세'라는 것에 대해 감을 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변호사가 그 시세와 대비하여 터무니없이 높거나 낮은 수임료를 제시하게 되면 아무래도 신뢰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겠죠. 변호사가 이 일을 많이 안해서 시세도 모르나? 하고 생각이 될 수도 있고, 너무 많이 부르거나 하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고, 너무 낮아도 이상하지요. 

 

결국은, 종합적인 판단 하에 시세보다 다소 높거나 낮게 부르되 높게 부르거나 낮게 부르는 합리적인 이유를 붙여 주는 것이 아무래도 듣는 잠재의뢰인의 입장에서 조금 더 신뢰가 갈 수 있겠습니다. 

 

제 주변의 개업변호사님들 중에는, 이렇게 시세가 있는 사건의 경우, 수임료를 물어볼 때 어물어물 하지 말고 바로 '정가'라는 것이 있는 것처럼 '얼마다' 하고 지체없이(1초 이내) 이야기해야 한다라고 하신 변호사님도 계셨는데, 1초 내로 바로 대답할 필요는 없을지라도, 어물어물하고 눈을 굴리면서 가격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무래도 잠재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을 많이 안 해봤구나', '무슨 짱구를 굴리는 거지?' 등의 생각을 할 수도 있겠죠. 어쨌든, 비슷한 사건을 많이 하다보면 자연스레 변호사 본인이 생각하는 정가라는 것이 생기게 마련이므로 머뭇거리지 말라는 것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기는 합니다.

 

시세가 없는 사건의 경우

시세가 없는 사건이라는 것은, 소송의 경우 상대방의 대응에 따라 간단히 끝날 수도 또 한없이 길어질 수도 있거나, 자문의 경우 처음 접하는 일이라 어느 정도 리서치를 해야 하는지가 감이 잡히지 않는 경우가 이에 해당됩니다. 

 

이와 같은 경우, 시간제로 청구하면 합리적이긴 하나, 대부분의 한국 의뢰인들은 시간제 청구라는 개념에 익숙하지가 않고, 정액제로 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상담 시에는 검토해 보고 이메일 등으로 견적을 드리겠다고 하고,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인 수입료를 산정하여 잠재 의뢰인에게 알리면 될 것입니다. 

 

저와 같은 경우 수임료 산정의 가장 기본은 제 시간당 요율과 투입될 것 같은 시간을 기준으로 하되, 그 외에 여러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얼마를 부를지를 정합니다. 물론 부르고 나서 '아 너무 많이 부른 것이 아닌가' 또는 '아 너무 싸게 불렀나' 여러가지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저 같은 경우 변호사가 정말 마음에 드는데 의뢰인의 입장에서 수임료가 비싸다면 조금 싸게 해 달라고 연락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의뢰인의 입장에서 너무 싸게 생각되는 경우였다면 오히려 싼 가격에 좋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충성고객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좋게 생각하기로 하였습니다.

 

어쨌거나, 변호사 비용을 깎는 것을 다소 어려워하는 고객들도 많으므로, 견적을 부르는 이메일 등에는 가격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 본인이 생각하는 적정가보다 약간 더 부르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개업 초반 변호사라면 고객 확보 측면에서 약간 저렴하게 부르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습니다.

 

창의적인 수임료 구조

많이 듣는 말 중에 '사건에 지는 변호사는 용서할 수 있어도, 수임료 계약을 잘 못하는 변호사는 용서할 수 없다'(? - 이와 비슷한 말이었는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네요) 하는 말이 있습니다. 

 

수임료 계약은 정말 창의적으로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지요. 단순히 착수금/성공보수와 같이 무미건조하게 하지 말고, 성공보수도 차등으로(이것도 얼마까지는 몇프로, 그 이상은 몇프로 이렇게) 할 수 있고, 성공보수를 소송비용으로 받는 방법, 기타 사건과 의뢰인과 변호사 본인의 상황에 맞게 적절히 창의적인 방법을 잘 구사하면 의뢰인과 변호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창의적인 수임료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뢰인에게 수임료를 떼였을 때

의뢰인에게 수임료를 떼이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돈을 받고 일을 시작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그럴 수 있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으므로 일을 하다보면 약속한 수임료를 못 받게 되는 경우가 아무래도 생길 수밖에 없죠.

 

이 부분은 변호사님마다 생각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의뢰인이 약속된 수임료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연락을 받지 않거나 할 경우, 바로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지급명령을 날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어차피 앞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별다른 필요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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